드라마 제작진이 병산서원 호롱불에 초롱을 덧대는 모습. 민서홍 건축가 페이스북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인 경북 안동 병산서원을 훼손해 논란을 빚은 KBS가 문제가 된 촬영 영상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15일 방송가에 따르면 KBS는 안동시청, 국가유산청 관계자와 논의해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의 병산서원 촬영 분량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만대루와 동재 등 훼손 논란이 불거진 곳 외에도 병산서원을 배경으로 한 모든 영상이 대상이다.

2일 경북 안동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3∼4시께 KBS 드라마 제작팀이 병산서원에서 만대루와 서원 나무 기둥에 소품용 모형 초롱 여러 개를 매달았다. 목격자들은 이 과정에 망치와 못이 사용됐다고 주장하며 시에 문화재 훼손 신고를 접수했다.

조사 결과 KBS는 드라마를 촬영하며 만대루와 동재 보아지(기둥과 들보를 연결하는 보강용 널 조각)에 촬영 소품을 설치하기 위해 총 10곳에 못을 고정했다.

시는 "KBS 드라마 제작팀이 문화재에 허가 없이 망치와 못을 이용한 행위 자체가 잘못된 행동인 것으로 규정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BS 측은 "일부 구멍은 이미 원래부터 얕게 있던 것을 이용했다"며 "기존에 나 있던 못자국 10여 곳에 소품을 매달기 위해 새로 못을 넣어 고정하며 압력을 가했다"고 해명했다.

또 "촬영 과정에서 제작팀은 소품을 거는 것이 가능한 위치인지 사전에 병산서원을 관리하는 별유사에게 검토받았고, 입회하에 촬영을 시작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촬영분 폐기는 안동시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KBS는 정확한 시기와 형식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방송을 통해 사과문도 띄울 예정이다.

촬영 가이드라인도 새로 손 본다. 문화유산, 사적지, 유적지 등에서 촬영할 경우 문화재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내용 등을 담을 계획이다.

한편 KBS는 대하사극 '대조영' 촬영 시기인 2000년대에도 국가사적 제147호 문경새재 관문 곳곳에 대못을 박아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복구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